북리뷰

죽은 자의 집 청소

월천왕자 2020. 10. 18. 09:47

오늘 소개할 책은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죽은 자의 집 청소”란 책입니다. 제목처럼 특수청소업에 종사하는 저자가 겪은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저자가 대학에서 시를 전공해서 그런지 필력이 상당히 좋아서 읽는 내내 문장력과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저자는 말 그대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살이나 타살로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것인데요 방독마스크를 쓰고 보호의를 입고 덧신을 신은 후 마치 전장으로 들어가듯 들어갑니다. 저자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읽는 내도록 그 현장에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자가 방문하는 장소가 대부분 고독사나 자살한 장소이기 때문에 먹먹하기도 했죠. 삶의 장소가 누군가에겐 마지막 장소로 변하게 되는데요 저자는 모두에게 사연이 있고, 스스로 삶을 저버린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울음을 참아가며 일을 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그 마지막 상황을 되짚어 보는 순간엔 눈물이 나더군요.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을 저버리게 만들었을까요? 제가 만약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저는 그들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모두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노인 빈곤율도 매우 높은 와중에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전국민적인 피로감과 우울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언제 끝날지 기약은 없고 경기는 더 안좋아지고 있다는 소식 뿐입니다. 특히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은 영업조차 힘든 지경이어서 폐업률도 매우 높아졌다고 해요. 실제로 제 지인도 코로나로 인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하더라구요. 전 세계적인 펜데믹이 어서 빨리 끝나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절실한 시점입니다만 아직까지는 그 기미가 보이지 않은다는 점이 더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달에 읽은 책 중 “팩트풀니스”란 책이 있어요. 세상은 우리가 알고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요, 그 말처럼 속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이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에 저자는 우리의 삶이 수도꼭지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은 깨끗하게 씻어주지만 정작 스스로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 처럼 사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빈자건 부자건 누구나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기도 하죠. 이 책을 덮으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내가 만약 어려워진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게 좋을지 등등 여러 생각을 했어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